제주4.3 70주년 - 바람의 집(이종형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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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요양원지기 작성일18-04-03 12:30 조회7,961회 댓글0건관련링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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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람의 집 - 이종형
당신은 물었다
봄이 주춤 뒷걸음치는 이 바람 어디서 오는 거냐고
나는 대답하지 못했다
4월의 섬 바람은
수의없이 죽은 사내들과
관에 묻이지 못한 아내들과
집으로 돌가는 길을 잃은 아이의 울음 같은 것
밟고 선 땅 아래가 죽은 자의 무덤인 줄
봄맞이하러 온 당신은 몰랐겠으나
돌담 아래
제 몸의 피 다 쏟은 채
모가지 뚝뚝 부러진
동백꽃 주검을 당신은 보지 못했겠으나
섬은
오래전부터
통품을 앓아온 환자처럼
살갗을 쓰다듬는 손길에도
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러댔던 것
4월의 섬 바람은
뻣속으로 스며드는 게 아니라
뼛속에서 시작되는 것
그러므로
당신이 서 있는 자리가 바람의 집이었던 것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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